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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726

by sperantia 2022. 7. 30.

이제는 너무 많이 적어서 지루하실 듯 한데요.. 한 번 더 가죠. 결국 지금의 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프레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해지는 이른 바 인플레이션 쇼크가 나타나죠. 개인적으로는 지난 해 4분기부터 뚜렷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인플레가 생각보다 강해지면 일단 기업들은 비용 증가로 인해 실적에 부담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채권 시장에서는 ‘이.. 이거 아닌데..’라며 놀라면서 바닥에 붙어있던 채권 금리를 하늘로 밀어올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강하게 상승하던 주식이 고개를 숙이게 되고 채권 시장에서는 빠른 금리 상승을 경험하게 되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합니다. 이게 바로 금리 쇼크죠. 그런데요.. 문제는 연준의 그 동안의 행실(?)입니다. 뭔가 일이 터질 때마다 돈을 풀어줬구요.. 약간이라도 성장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미안 미안.. 다시 돈 풀어줄게’를 시전해왔던 것이죠. 그랬던 연준이 이제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만나게 된 겁니다. 그래서 눈을 무섭게 뜨고 긴축에 나서려 하는데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죠..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어쩔 나스닥~” 이런 분위기가 되는 겁니다. 지난 해 말부터 올해 4~5월까지의 시장 흐름은요… 물가 자체도 이슈였지만.. 이런 물가를 잡기 위해 강한 의지를 불태우는 연준.. 그리고 그걸 무시하는 시장… 이런 시장에게 다시금 “Don’t fight the Fed”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연준.. 이게 핵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가 많이 올라갑니다. 주식 시장은 크게 긴장했구요..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았던 성장주 중심의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10년 국채 금리는 3.5%를 향해 뛰어올랐죠. 연준 금리 인상 전망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면서 계속해서 위로 향하게 됩니다. 연초에 2~3차례 인상하면 많이 하는 거다.. 라는 전망이 6~7월에는 4%넘게 올려야 할 것 같다.. 까지 바뀌어 나갔던 겁니다. 그리고 이 정도 참교육을 당하니 시장에서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9.1%로 발표되자 연준이 100bp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을 스스로 반영하기 시작했답니다. 

 

그랬더니 연준에서.. 그것도 가장 매파적이었던 불라드 총재까지 나서서 얘기하죠..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다라구요.. 100bp인상을 단행하면 장단기 금리차가 아마 제대로 뒤집어지겠죠. 미국 은행 시스템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될 겁니다. 애니웨이.. 이 과정에서 주가는 하락했고.. 금리는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주식과 채권이 모두 흔들리자… 풀어두었던 자금이 어디론가 도망가야했겠죠. 원자재로도 흘러가고 인플레이션이 헤지 자산 등으로도 숨어들어갔죠. 그리고 주식 시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도 실적 스토리가 나오는 섹터나 스타일 쪽으로 몰려들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방산, 유틸리티, 자동차, 바이오.. 이런 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5월 중순 타겟과 월마트의 실적 발표를 맞이하게 되죠. 이 때부터 제대로 이슈가 되었던 것이 바로 재고입니다. 소매 업체들의 재고가 너무 많다라는 것인데요… 자세한 얘기는 기존 에세이에서 적었으니 간단히만 말씀드리면… 소비는 미리 땡겨서 한 겁니다.. 보조금을 받고… 금리를 낮추고 하면서 정말 미친 듯이 폭발적인 소비를 만들었던 것이구요… 이걸 보면서 소매업체들은 재고를 쌓기 시작했죠. 그리고 재고를 기존보다 많이 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주문을 넣어야 합니다. 모든 소매업체가 더 많은 재고를 쌓기 위해 더 많은 주문을 넣으면 공장이 겁나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려면서 공장에서는 사람이 모자란다는 얘기가 나오고… 사람이 모자라니 임금이 오르는 일이 벌어집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두려움은 제품 가격이 오르기 전에.. 부품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재고를 쌓아두고자 하는 기업들의 의지를 불태우게 하죠. 네.. 소비는 땡겨서 했는데… 그리고 그걸 보면서 재고를 쌓았는데.. 소비가 둔화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 때 공장에 주문했던 제품이 공급망의 이슈로 이제서야 도착하고 있죠. 재고가 넘치는데 재고가 더 쌓이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겁니다. 한동안 공장에 주문할 일이 없겠죠.. 그럼 제조업 관련 지표가 흔들리지 않을까요.. 미국과 유로존의 각종 제조업 지표가 일제히 하락하고 있죠. 네.. 이 때부터는 얘기가 달라집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시장이 읽게 되는 겁니다. 

 

경기 침체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마켓의 컬러가 또 화악 바뀌게 되었죠. 승승장구하던 원자재가 예리하게 무너져내립니다. 그리고 브라질 등의 자원부국도 흔들렸구요… 5월 중순까지 선방하던 이른 바 방어주 등의 그룹이 일제히 돌아가면서 터지기 시작하죠. 네.. 겨울이 찾아오면 모든 곳이 얼어붙지.. 어딘가 홀로 따뜻한 곳은 없는 듯 합니다. 그래서 잘 버티던 배당주 등의 현금 흐름이 많았던 기업들의 주식이나… 리츠 등의 대안 투자 상품들도 일제히 흔들렸죠. 매크로 상황이 바뀌면서 시장을 뒤흔드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죠. 지난 6월부터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커지게 됩니다. 

 

그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을 낮추면서 시장 금리를 잡아내리게 되죠. 포워드 가이던스는 미래를 뚜렷하게 나타내주는 장점은 있지만 너무 자주 틀릴 수 있다는 점(당연하죠.. 명확하게 미래를 예측해주니… 명확하게 틀리겠죠)이 문제이구요.. 다른 하나는 금리가 오르는 것도 반영하지만 그 이후에 내리는 것도 반영한다는 겁니다. 그래서리.. 내년 상반기에는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반영하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10여년의 경험을 통해서 시장은 배웠죠. 힘들 때 들어가면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리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주가는 많이 하락했고… 금리는 내려왔고… 물가는 둔화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연준도 아직은 아니지만 조만간 바뀌게 될 것 같구요.. 그럼 타이밍이 온 것 아닐까요. 그게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머지 않은 미래라면 지금부터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 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했죠. 물가가 하락하는 이유가… 그리고 금리가 내려오는 이유가 경기 침체를 읽건 말건 아무런 상관없죠. 경기 침체가 되려 주식 시장에는 거대한 호재가 되니까요. 경기 침체가 오면 돈을 더 풀어주게 될 것인데… 이게 자산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구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홍길동은 살이 많이 쪄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이 쪼옥 빠진 겁니다. 운동해서 근육이 많아지면서 살이 빠졌으면 좋은데.. 몸이 아파서, 기가 쇠해서 살이 쪼옥 빠졌다면 이게 좋은 걸까요? 살을 빼는 이유가 건강 때문인데… 건강이 훼손되면서 살이 빠진 게 좋은 일은 아닐 겁니다. 물가가 고점을 확인할 것이라는데 환호하는 것도 좋겠지만 고점 확인에 대한 이유를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원인이야 뭐든 좋다… 연준이 금리만 낮춰주면 고고싱이다.. 라는 생각을 시장도 하고 있는데요.. 연준도 과거와는 다른 듯 합니다.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제 아무리 연준이어도 스탠스를 크게 바꿀 거야.. 라는 생각이 이번에는 생각보다 쉽게 먹히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이런 것들이 대표적이죠. 옐런 재무장관의 코멘트입니다. 

 

“미 GDP 발표 앞두고.. 옐런 ‘마이너스 나와도 경기침체 아냐’”(파이낸셜뉴스, 22. 7. 25)

 

 

이론적으로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나오면 기술적 경기 침체로 보곤 하는데요.. 이번 2분기 GDP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오면 기술적 경기침체에 돌입하게 됩니다. 그런데 옐런 재무장관은 마이너스 나와도 침체가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죠. 물론 NBER이 침체를 결정하는 것은 맞지만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역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침체가 아니라고 하는 이유… 하나는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구요.. 다른 하나는 마이너스 성장 나와도 인플레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더 이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거겠죠. 이렇게 많이 오르는 물가 역시 일시적이다.. 라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 합니다. 

 

옐런은 재무장관이다.. 연준과는 상관없다.. 라고 하실 분들 계실 겁니다. 이 비슷한 얘기를 이미 7월 9일에 불라드 총재께서 하셨죠. 인용합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연일 언급하고, 보도하고 있는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제임스 불라드 총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임박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진단한 것이다. 거의 대부분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제임스 불라드 총재는 앞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Fed의 이상적 목표치 2%보다 3배 이상 높은 인플레이션과 Fed의 강력한 긴축통화정책으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가장 핵심 지표인 국내 총생산, GDP가 2분기 연속 감소했는데 GDP가 2분기 연속으로 내려가면 통상 경기침체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국내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총가치라고 할 수있는 미국 GDP와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총가치인 미국 국내총소득(GDI)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지적하고 나섰다.”(연합인포맥스, 22. 7. 9)

 

 

GDP가 마이너스 나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GDP와 GDI가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일치하지 않는다.. GDI는 좋다.. 란 얘기인데요.. GDI 는 소득을 보는 거죠. 음.. GDI가 뭔지를 해석하는 것보다는 일단 불라드 역시 이번에 마이너스 GDP나와도 크게 개의치 않겠다.. 라고 봐도 될 듯 합니다. 연준 내 가장 매파가 하신 얘기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겠죠. 

 

길게 말씀드렸는데요… 과거의 패턴만을 갖고.. 과거의 연준의 모습만을 상상하면서 풀베팅을 하거나 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봅니다. 항상 말씀드리죠.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능성의 비중만큼 분산 투자하시라구요…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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