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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01201

by sperantia 2020. 12. 1.

네.. 어제 오전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검진받는 분들이 정말 많더군요.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지난 해 건강검진과 굳이 달라진 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그거죠. 모든 분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 많은 분들이 모이니까.. 그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는 것.. 그리고… 굳이 가야하면 뭐랄까… 고집스러울 정도로 마스크를 잘 쓰려고 한다는 점.. 이런 게 바뀐 듯 합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분이죠… 엘 에리언(El Erian)이 이런 얘기를 했었죠. 과거 금융 위기가 금융 기관 간의 counterparty risk라고 한다면… 이번 코로나 사태는 human counterparty risk라구요… 그 때는 금융 기관들이 서로를 믿지 못했죠… 겉으로는 멀쩡해보여도.. 그리고 유명한 금융 기관이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부실이 있을지… 그걸 믿지 못해서… 돈 거래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구요… 이번 휴먼 카운터 파티 리스크는 보건에 대한 리스크라는 겁니다. 이런 리스크는요… 오래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상호간의 불신이 더 깊어지고… 쉽게 회복되지 못한다는 면이 있죠. 백신이 나오면… 괜챦아지는 걸까요? 금융 위기 이후… 금융 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그렇게 많은 규제를 가하고… 자본 확충을 하게 했었죠. 유럽 재정 위기 당시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그리고 다소 과격한 자기자본비율을 충족했던 모습에… 투자자들은 금융 기관에 대한 신뢰를 다시금 하기 시작했는데요… 이번 위기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수차례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금융 위기보다는 자연 재해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헉.. 과거형). 그런데요.. 불과 수개월이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아니 막연히 그렇게 믿었었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영구적인 상흔이 나타나는 듯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앞에서 말씀드렸던 Human counterparty risk가 될 것 같구요… 그 외에도 370만명에 달하는 영구실업자들…이 될 수 있겠죠. 그리고 마지막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거대한 부채입니다. 백신이 정말 획기적이어서.. 너무나 파워풀해서 과거의 그 모습으로 우리를 되돌려줄 수 있을 겁니다(정말 그렇게 간절히 희망합니다).. 그런데요.. 그 시간 동안 우리가 지출했던 돈은 어마어마하죠. 병원비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겁니다. 그 병원비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있는 거죠. 방금 전 파월 의장의 의회 증언 관련 보도가 떴는데요… 그냥 타이틀만 봐도 씁쓸합니다.

 

 

“파월, ‘연준, 그동안 2조 달러 퍼부어.. 경제 전망은 매우 불확실해..’”(연합인포맥스, 20. 12. 1)

 

 

연준은 2조 달러를 퍼부었지만… 정부는 그 이상의 돈을 지출했죠. 재정 적자가 엄청난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세계가 마찬가지죠. 그냥 기사 타이틀만 인용해도 느낌이 팍 오실 듯 합니다.

 

“’채무 쓰나미의 공습’ 세계 부채 3분기 277조 달러”(글로벌이코노믹, 20. 11. 20)

 

 

자.. 이런 생각 하에 두가지 말씀을 드려봅니다. 첫번째는요… 금리에 대한 말씀입니다. 부채가 이렇게 많아졌습니다. 그럼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금리가 오를 수 있을까요? 부채의 총량이 커진다는 얘기는 금리 1%가 올랐을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과거에 비해 훠얼~ 커진다는 의미가 될 겁니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자 비용이 저렇게 올라가는 것을 좌시할 수가 없겠죠. 네.. 향후 Fed도… 갖가지 사연을 겪고 난 이후에는… 올해 언급되었었던 일드 캡을 도입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랜드 퀄스 Fed 부의장이 얘기했던 것처럼 Fed가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가 상시화되는 것도… 피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잠시 기사 인용하고 가죠…

 

 

“연준 부의장, ‘시장, 국채 소화 어려워… 연준 매수 개입 지속해야’”(연합인포맥스, 20. 10. 15)

 

아마도… 현재의 초!저금리는 향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백신이 나왔기에.. 경기가 금방 살아날 것처럼 보이지만… 쌓아둔 부채는 그런 경기의 회복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겁니다…

 

그런데 이런 궁금증이 생기죠? 결국에는 백신이 나오더라도 이렇게 큰 부채가 남는다는 것이 팩트인데… 왜 시장이 이렇게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는지.. 이상하지 않나요? 답은 두가지 정도로 보입니다. 첫째는요.. 지금은 백신으로 인해 터널의 끝이 보인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거죠… 터널 속에 갇혀있다가 나오는데… 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지금 당장은 청구서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1번일 겁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요… 이게 보다 현실적인 답변일 듯 합니다. 그 청구서를 내가 계산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정말 편할 겁니다. 저렇게 쌓인 부채는요… 미국 재무부가 해결해주거나… Fed가 해결해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혹여나 이런 부채 문제가 터지면… 더 많은 돈을 풀어줄 것이니까요… 더 큰 문제가 터지면… 더 많은 수표를 끊어주면서… 보조금을 지급해줄 것이니까요.. 부채는 그냥 숫자일 뿐이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장 이번 달 ECB에서 추가로 돈을 풀 것이라는 얘기가 있죠. 요즘은 시장이 구체적으로 금액까지 요구하곤 합니다. 5000억 유로 내놓으라고 하고 있네요.ㅎㅎ 그리고 Fed에게는 추가로 양적완화 확대하고 국채 매입을 할 때 보다 만기가 긴~ 장기 국채를 중심으로 매입하라고 얘기하고 있죠. 일단 ECB는 팬데믹의 중심에 있기에… 어느 정도는 수용을 할 듯 하구요… Fed는… 풀기는 풀 텐데요… 말씀드렸었던 것처럼 시장이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풀 것으로…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백신에 기반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중앙은행은 영원히 돈을 풀면서 자산 시장을 떠받쳐줄 수 밖에 없다는 기대감… 바이든 행정부는 더 많은 돈을 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기대감… 옐런 재무장관은 왕비둘기라는 신화… 그리고 산타랠리 & 1월 효과와 같은 민간의 신화들까지.. 현재의 시장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요인들이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이번 달에 중앙은행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그리고 11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수 급증으로 인한 실질적 경기 지표 둔화 시그널들을… 지켜보시죠. 당장 오늘 OPEC+의 원유 감산 공조는 어떻게 진행될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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