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연준이 도대체 왜 저러느냐고.. 그리고 어느 정도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 같냐고… 이런 거죠. 우선 공식적인 답변은 “모르겠다”죠.. 연준은 지난 해 8월부터 지금의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정말 빠른 속도로 스탠스를 바꾸고 있습니다. 일시적이라는 단어를 폐기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에 대한 대응이 계속해서 빨라진다는 점이 중요하죠.
고속도로를 주행하다가 음악을 너무 크게 틀어놓고 듣느라 네비에서 80km 속도 구간 단속 중이라는 것을 듣지 못한 겁니다. 그 상태로 100km로 계속 달렸는데… 음악이 끝나고 보니.. 저 앞에 구간 단속 종료 지점이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거의 거리가 1킬로미터도 남지 않았는데 이미 속도는 평균으로 매우 많이 오버가 되어 있는 거죠. 어떻게 해야할까요? 대부분 속도를 크게 줄일 겁니다. 엑셀에서 발을 떼는 정도로 해결이 될까요? 브레이크를 좀 강하게 밟아야 하지 않을까요? 예전에 저는 테이퍼링을 엑셀에서 발을 떼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금리 인상을 비롯한 양적 긴축을 브레이크를 밟는 것에 비유했죠. 브레이크를 좀 강하게 밟아야 한다면…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의 속도를 보다 빠르게 가져가는 거겠죠.
다만.. 연준의 고민은 dual mandate, 즉 두가지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해야 한다는데 있습니다. 완전 고용을 달성하면서 물가 안정을 함께 가져가는 거죠. 지금 완전 고용은 어느 정도 목전에 와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구요.. 이런 완전 고용은 안정적인 성장과 안정적인 금융 시장 하에서 가능한 거겠죠. 이 판을 깨지 않으면서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안정이라는 말이 몇 번이나 나오는 건지.. T.T) 이게 참 만만치 않은 겁니다.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지금의 탄탄한 미국 경제가 부양책의 효과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실제 미국 경제 자체의 자생력에 의한 것인지를요… 만약 부양책의 효과가 크다면 부양책의 약발이 다했을 때 성장이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겠죠. 성장은 둔화되는데 물가까지 고공 비행을 한다면… 그 성장의 위축은 보다 빠르게 나타날 겁니다. 자생력에 의한 성장이라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겠죠.
자생적인 성장이고.. 지속가능하다면… 지금의 성장세가 이른 바 실체라면… 연준은 이 성장이 탄탄하다라는 믿음 하에.. 물가 사냥에 나설 수 있습니다. 인플레라는 범인이 성장이라는 인질을 잡고서 인질극을 벌입니다. 그런데 성장이라는 인질이… 그 자체로도 힘도 있고… 정신도 또렷한 거죠.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라는 명언을 잘 기억하는 인질인 겁니다. 그럼 연준도 무언가 인질만 잡으려는 저격을 할 때 총을 쏘는 순간 누워버린다던지.. 뭐.. 그런 액션 취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이 인질이… 간신히 도움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정도로 쇠약한 겁니다. 지금은 약물을 처방받고 튼튼해 보이지만… 그 자체로 연약한 상태인 거죠. 이럴 때 잘못 총을 쏘면.. 총소리에 놀라서 기절할 수도 있죠.. (정말 유치한 소설이지만.. T.T) 네.. 성장의 퀄러티도 매우 중요한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전일 뉴욕 제조업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거나… 12월 소매판매가 하락했고 산업 생산이 둔화되어 있다는 등의 뉴스는 그리 반가운 뉴스라고 할 수 없겠죠. 성장 관련 지표는 연준이 긴축을 서두를 때 어느 정도 실물 경제의 성장이 버텨줄 수 있는지를 보는 가늠자라고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그런데요.. 실물 경제를 바로 바로 연준이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실물 경제를 선반영하는.. 이른 바 거울은 존재할 수 있죠. 그 거울이 바로 금융 시장일 겁니다. 금융 시장은 거의 실시간으로 현재의 이슈를 반영하고… 그 이슈로 인해 미래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까지 나타내주곤 하죠. 그리고 하나 더… 과거에 비해 미국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금융 투자를 하고 있는 바.. 금융 시장의 흔들림이 개인의 소득에… 그리고 이로 인한 개인의 소비와.. 실물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연준 입장에서는 금융 시장의 흐름 역시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밖에는 없는 겁니다.
14~17년 연준은 테이퍼링, 금리인상, 그리고 양적긴축까지 매우 긴 시계열을 두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진행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죠. 14~15년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는 매우 빠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했었죠. 15년 3월부터 금리 인상을 한다… 15년 9월에는 확실히 한다… 15년 12월에 금리 인상을 뒤늦게 하면서는 16년에는 4차례 인상을 할 거다… 18년까지 3.75%로 인상할 거다.. 이런 얘기들을 쏟아내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게하지 못했었던 이유가요… 15년 하반기와 16년 상반기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 시장의 조정과… 금융 시장 조정이 찾아오면서 나타난 달러 강세, 그리고 원자재 가격 급락이 올라오던 물가를 다시금 짓누르면서 디플레 환경으로 빠르게 전환되자.. 포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그러나 지금은 얘기가 다릅니다. 금융 시장이 정말 탄탄하게 버텨주고 있죠. 신흥국이 흔들리고는 있지만 이게 미국 금융 시장으로 전이되려는 모습은 그닥 보이지 않습니다. 테이퍼링을 당겨도.. 금리 인상을 4~5차례 한다고 넌지시 흘려줘도… 양적 긴축 이슈가 도마 위에 올라와도 시장이 잘 버텨주고 있는 거죠. 버텨주면 한 걸음 더 다가갑니다. 7차례 할 수 있는가.. 시장과 성장이 버텨준다면 갈 수 있겠죠.
하나만 더 첨언드립니다.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추겠다는 발언이 나와주면요… 예를 들어 파월의 양적 긴축 발언(the year later)이 나왔을 때.. 시장은 later에 환호했었죠. 주가가 빠르게 뛰고 기대인플레이션이 함께 튀어올랐습니다. 네… 긴축의 고삐를 줄이면 지금은 좋겠지만.. 인플레 기대가 더 커질 것이니.. 나중에는 긴축의 고삐를 더 강하게 쥐어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 것 아닐까요? 결국 연준의 정책 스탠스 변화는 시장이 버터주느냐에 있죠. 50bp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리고 테이퍼링을 깜짝 1월 말 FOMC에서 끝낼 수 있다는 것도… 결국 데이터 기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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