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재테크/주식.펀드.퇴직연금

[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125

by sperantia 2022. 1. 26.

네.. 블랙 먼데이가 연출될 뻔 하다가 죽다 살아난 것 같습니다. 나스닥 지수가 크게 빠지다가 새벽 2~3시 정도를 기해 큰 폭으로 반등했죠. 그리고 강력한 뚝심을 발휘해서 결국 플러스로 끝을 내고 말았습니다. 와… 여전히 시장에 Buy the Dip의 신화가 생생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던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이슈로 인해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연준의 긴축으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오미크론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 실적 가이던스가 그리 좋지 않아서 흔들리고 있다… 다 필요없고 잠시 쉬어가는 것에 불과하다.. 하락에 대한 다양한 원인 분석들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오늘 새벽의 반등만큼은 연준 긴축에 대한 시장의 기대… 지난 번 에세이부터 말씀드렸죠? 긴축한다.. 안한다.. 긴축한다… 안한다.. 긴축한다… 안한다… 이런 기대감… 이게 컸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주식 시장의 강한 반등도 반등이지만 다른 시장의 흐름을 보시죠. 우선 주가는 상승했구요, 안전 자산 선호를 자극하면서 강세를 보이던 달러가 주가의 반등과 함께 고개를 숙였죠. 강세에 강세를 거듭하다가 80불대 초반으로 밀려내려가던 국제 유가도 다시금 반등했구요… 금 가격도 온스 당 1830불까지 밀리다가 그 시간을 기해서 빠른 반등을 하면서 1840불선에 붙어버렸습니다. 하이일드 채권 가격도 반등에 성공하면서 왠만한 위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친구들은 모두 강세 전환했죠. 그럼 이제 마지막 주인공이죠? 채권 시장의 반등을 보셔야 합니다. 

 

2년 국채 금리는 새벽 2시의 바닥 레벨에서 소폭 반등했구요.. 10년 금리는 큰 폭 반등하면서 종료했죠. 10년 금리는 장중 1.7%까지 하락했다가 1.774%로 마감했구요…(주가처럼 낙폭을 모두 되돌렸습니다) 2년 금리는 0.9380%까지 하락했다가 0.9751%로 되돌리면서 마감했네요… 2년의 경우 장 초반 1.03%수준에서 0.938%까지 내렸다가 0.975%로 되돌렸으니… 장 초반의 레벨까지는 되돌리지 못한 겁니다.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죠. 2년은 바닥 대비 덜 되돌려졌구요.. 10년은 거의 원상 복구 수준으로 주식처럼 되돌려진 겁니다. 2년 금리는 연준의 정책 스탠스를 반영합니다. 10년 금리는 기대인플레이션과 미국의 중장기 경기를 반영하죠. 2년물의 금리 되돌림이 강하지 않다는 것은요.. 연준의 정책 스탠스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다소 약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저는 연간 전망을 하면서 저성장 저물가, 고성장 고물가, 저성장 고물가의 시나리오 중에서 저성장 고물가의 시나리오 가능성… 즉,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던 바 있습니다. 물가를 잡으러 들어가게 되면… 성공하면 고성장 고물가로 금의환향하고… 실패하면 저성장 저물가로 쳐박혀버릴 것이기에… 저성장 고물가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었죠. 적어도 연준의 강한 긴축 스탠스에 겁을 집어먹었던 시장은 전일 새벽 2시까지는 저성장 저물가의 나락에 빠지는 것처럼 움직였죠. 주가 빠지고… 금리 빠지고… 달러 강해지고.. 기대인플레 무너지고… 유가 하락하고 금도 흔들렸습니다. 그러다가.. 주가 오르고 금리 오르고 달러 약해지고 기대인플레 튀고 유가 튀고 금이 튄 거죠… 네… 고성장 고물가로의 긍정적 회귀를 기대하고 있는 건가요?ㅎㅎ 전형적인 매크로 장세죠. 개별 기업들의 실적이 새벽 2시를 기해서 이렇게 바뀌지는 않을테니까요… 

 

너무 심한 긴축으로 인해 저성장 저물가의 나락에 빠지게 되는 것을 연준이 원할까요? 어떻게 끌어올린 주식 시장인데… 이렇게 예쁜 주식 시장을 연준이 무너뜨리게 될까요? 설마 우리 연준이 그렇게 할 리가 없어.. 라는 것이 시장의 기대인 듯 합니다. Fed Rate Monitor에 대해서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인베스팅 닷컴에서 금일 업데이트한 자료를 보시면요… 진짜 간만에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이 전 구간에 걸쳐서 낮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큰 폭은 아니지만.. 사알짝 낮아졌는데요.. 예를 들어 3월 첫 금리 인상 확률이 전일까지는 94%에 달했는데… 오늘 새벽에는 86%로 낮아졌죠. 9월까지 3번 인상할 확률 역시 73%에서 67.5%로 낮아졌구요… 12월까지 4번 올릴 확률은 67%에서 60%로 낮아졌습니다. 네.. 시장은 그걸 기대하는 듯 합니다. 이 정도로 하락하는데… 이 정도로 월가가 울부짖는데… 연준이… 저 새가슴이 설마 강하게 긴축하겠어?? 라는 생각을요.. 

 

이런 기대감에 바닥을 형성하면서 반등을 주게 되면… 여전히 기존에 풀려있는 거대한 유동성이 Buy the Dip의 신화를 기억하면서 동참하게 됩니다. 반등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 밀리면 사자라는 심리… 쫄아있던 이 심리를 다시금 발동시키게 됩니다. 이게 오늘 새벽의 반등장이었다고..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재미있는 점은요… 이런 반등이 있죠.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가도 깨지고 금리도 무너지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돈을 풀어주게 되면 주가는 급등하고… 금리는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게 되죠. 돈의 힘으로 돈의 공급이 늘어나니.. 돈 값인 금리는 낮아질 수 밖에요… 그럼 주가는 상승 & 금리는 하락이라는 그림이 나오게 되는데요… 적어도 최근에는 주가가 하락하면 금리도 같이 하락하고… 주가가 반등하면… 금리가 같이 올라온다는 게 차이점일 겁니다. 10년 금리도 주가처럼 하락한 폭을 그대로 되돌렸다는 말씀을 드렸죠? 왜 그랬을까요? 

 

기대인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가 주가를 인질로 잡고 똑같이 움직이고 있죠. 연준이 인플레를 잡으러 가면 기대인플레가 움찔하면서 주가를 끌고 들어가는 겁니다. 연준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씨익하고 웃으면서 분위기가 좋아지는 거죠. 그럼 안심하면서 주가가 반등하는데… 그 때 기대인플레가 함께 뛰어올라옵니다. 연준은 주가를 잡고 싶은 게 아니라요.. 기대인플레를 잡고 싶은 거죠. 내깔려놓아두면… 주가는 오를지 모르지만 기대인플레 역시 계속해서 강해지게 되구요.. 기대인플레 사냥에 나서면 강한 긴축에 얼어붙은 주식 시장이 긴장하게 되겠죠. 연준이 걸려있는 딜레마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주식 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기대인플레가 빠르게 꺾이면 연준도 분명히 생각을 살짝 바꿀 수 있죠. 그런데 그렇게 생각을 바꿀 연준에 대한 흐뭇한 상상을 하면서 너무 빠르게 기대인플레를 되돌려버리면… 연준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너무 슬프게 우는 시장에게 마음 고쳐먹고 사탕하나 줬더니 단번에 씨익 웃는 겁니다. 소름…ㅎㅎ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