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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진님]220218

by sperantia 2022. 2. 21.

1.
대학교 졸업한지도 20년이 흘렀고, 학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고는 하지만 군대 제대 이후 공부를 안하고 허송세월하는 바람에 내가 알고 있는 경제학은 학부 2학년 때까지로 멈춰져 있었다. 물론 4학년 때 들었던 경제성장론은 나름 열심히 들었지만 그 외의 과목은 정말 기억이 하나도 안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맞는지 궁금해져서 2021년 맨큐의 경제학을 1번 정독했다.

책 내용 중에 놀라운 부분들이 몇 개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대목이다.

2.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분명하지만 이로 인한 비용은 보다 미묘하다. 인플레이션의 비용에는 구두창비용, 메뉴비용, 상대가격의 변동성 증가, 의도치 않은 세금 부담, 혼란과 불편, 부의 자의적 재분배 등이 있다. 초인플레이션은 이러한 비용이 막대하다는 데 모든 경제학자가 동의하지만, 연 10% 이내인 완만한 인플레이션의 경우 이들 비용이 얼마나 큰지는 논쟁거리다."

-  P 768~769, 맨큐의 경제학, 김경환, 김종석 옮김, CENGAGE

3.
연 10% 이내인 '완만한' 인플레이션 ^^

'겨우' 7% 인플레이션에도 왁자지껄한 이 상황에 연 10% 이내가 완만하다니...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는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맨큐의 주장을 조금만 더 들어보자.

"사람들에게 인플레이션이 왜 나쁘냐고 물으면 애써 벌어들인 돈의 구매력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직접적으로 생활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이것은 착각이다."

4.
머라고? 착각이라고? 이런 무식한 XXX 같으니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

맨큐는 이렇게 말한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보유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과 같다. 이 세금 자체는 자원을 가계에서 정부로 이전하는 데 불과하기 때문에 사회 전체로 볼 때 진정한 비용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세금은 사람들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행동을 바꾸도록 유도한다."

즉, 인플레이션이 자원 배분의 왜곡, 조세 왜곡, 부의 자의적인 재분배 등의 문제를 낳기는 하지만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봐도 인플레이션 이슈가 나오면서 지수는 빠지고 있지만, 우량한 자산을 가진 기업, 금리 상승에 혜택을 보는 기업, 가격 전가를 할 수 있는 기업들은 덜 빠지거나 오히려 오르기도 한다.
 
5.
초인플레이션이 경제에 파괴적인 타격을 주는 것은 맞으나, 연 10% 이내의 '완만한(여전히 이 표현에 받은 충격이 가시지 않음 ^^)' 인플레이션이 구매력 감소로 이어져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 맨큐의 주장이다.

10% 이내의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부를 자의적으로 재분배하는 효과를 낳아 인플레이션으로 수혜를 보는 사람과 피해를 보는 사람으로 갈라 놓을 뿐 경제 전체적으로는 중립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6.
연 10% 이내가 완만하다는 주장 까지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맨큐의 주장에 비교적 동의한다.

초인플레이션이 아니더라도 꽤 높은 인플레이션이 몇 년 동안 지속된다면,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시스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겠지만 1~2년 정도 비교적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고 해서 바로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다. 

1970년대 처럼 5% 넘는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되다,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올라가는 쇼크가 2번 이상 발생한다면 그 때는 시스템 내부에 큰 충격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1~2년 지나 인플레이션이 그렇게 높지 않은 수준으로 내려온다면 디플레이션 우려로 찌들어 있던 경제에 건전한 자극이 될 수도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연준의 진짜 의도는 이 부분이 아닐까?)

7.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이런 인플레이션이 경제를 불황으로 이끌 것인가? 

정말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다. 

40대 중후반에 읽은 경제학은 20대 초반 읽었던 경제학과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한문장 한문장 마음에 박히는 문구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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