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기상 이변이 이어진다고 하네요. 수십년 만의 최악의 가뭄, 수십년 만의 최악의 홍수… 이런 얘기가 한국 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이런 뉴스의 빈도가 정말 많아지면 정말 예측가능하지 않은 환경이 펼쳐지게 되죠. 이걸 보면 화석 연료의 사용을 제한하는 ESG가 중요한 게 맞는데요… ESG를 제한하다보니 인플레이션 리스크와 만나는 문제가 생깁니다. 정유사들이 미래 화석 연료 사업의 불확실성을 감안해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성장하는 경제에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해 줄만큼의 캐파를 가져가지 못하게 되겠죠.
기후 변화라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화석 연료 사용을 제한해야 하고, 화석 연료 사용을 제한하면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고… 이걸 어떻게 풀어야할까요? 바이든 행정부도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것만은 사실인 듯 합니다. 이건 마치 연준이 처해있는 딜레마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성장을 보면 금리를 낮춰야 하고 물가를 보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금리 올리면 성장이 둔화되고.. 금리 낮추면 인플레이션이 기승을 부리고… 기후변화의 사례와 연준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바로 인플레이션이죠. 인플레이션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가오는 악재죠. 발본색원만이 답인 듯 합니다.
지난 한 주 금융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는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주 주식 시장이 크게 반등했는데요… 지난 주 중반의 상승과 지난 토요일 새벽의 상승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 주 중반의 상승은 이른 바 리세션 트레이딩으로 생각됩니다. 리세션 트레이딩?? 네.. 저도 처음 써보는 단어인데요..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의미가 통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냥 패스하고 진행하겠습니다. 경기 침체는 주식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네.. 당연히 성장의 둔화로 이어지면서 주식 시장을 찍어 누르는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금융 위기 이후 지난 10여년 이상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의 악재에 눌려있었음에도 상당한 주식 시장의 상승을 경험했죠. 경기 둔화가 주식 시장에는 호재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연준의 유동성 공급이 컸기 때문이죠. 그 과정에서 시장은 학습을 하기 시작합니다. 시장이 무너지더라도 연준이 지켜주는지를 계속해서 지켜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겁니다.
그런데 지켜보니까요… 리세션 얘기가 나올 때 투자를 하는 게 가장 높은 성과를 가져다주는 거죠. 리세션 얘기가 나오면 연준은 아낌없이 돈을 풀어주니까요… 그럼 10% 하락했을 때 들어가자.. 20% 하락하면 들어가자.. 곡소리 날 때 들어가면 돈 많이 번다… 용기를 내자… 진짜 그런 수사들이 모두 다 팩트로 구현되는 겁니다. 자율 반등이라기 보다는 연준이 돈을 풀어주면서 나타나는 반등의 성격이 강했지만… 시장은 학습한 거죠. 연준이 리세션 얘기만 나오면 눈이 푹 들어갈 정도로 쫄아서 돈을 마구잡이로 풀어준다라구요… 주가가 10%만 하락해도 얼굴이 하얗게 떠서 등장해서 죄송하다고 돈 풀어주겠다고 하는 ‘착한 연준’으로 인식된 겁니다. 이 정도면 돈 풀어줄 때가 되었는데… 라는 얘기는.. 이 정도면 주가가 오를 때가 되었는데… 와 등식으로 성립하는 거죠. 이걸 학습한 겁니다.
그럼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수요의 둔화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수 있겠죠. 인플레가 잡히는 징후가 보이면 연준이 바로 금리를 낮추고 예전처럼 거대한 유동성을 풀어주면서 대응할 겁니다.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서죠. 그럼 주가가 급등을 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요? 쓰다보니 저도 그 순간을 기다려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경기 침체가 두드러지면 돈을 번다… 그 말이 생각나네요… ‘그날이 오면’.. 이라는 얘기가.. 이 정도 생각이 들 정도면 경기 침체는 우리의 친구가 되는 것 아닐까요?
그냥 직관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에 주가가 다시 큰 폭 급등하면서 전고점을 넘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일을 안하는 사람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주식에 투자하면 떼돈을 버는데 물가 상승률만큼도 오르지 않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면 지난 연초에 미국에서 있었던 것처럼 대퇴사 붐이 불 수 있습니다. 그럼 일자리로 복귀하는 사람은 적은데… 자산 가격이 뛰어오르면서 소비는 늘어날 수 있죠. 그럼 생산은 줄어드는데 소비가 늘어나는 거일진데… 이렇게 되면 물가가 다시금 올라가지 않을까요? 이 생각의 핵심은… 어쩌면 지금의 물가 상승은 공급망의 이슈도 있지만… 수요 사이드의 폭발… 수요 사이드에서도 여러 요인이 있지만 자산 가격의 급등과 지난 10여년간 이어져왔던 학습 효과… 즉 떨어지면 돈을 퍼줄 것이라는.. 경기 나빠지면 돈을 더 많이 퍼준다라는 학습 효과가 작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럼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거죠. 경기 침체가 찾아오면 너무 좋겠다라구요… 그래야 주가가 오르니까.. 그런데… 이렇게도 생각해보시죠. 경기 침체는 생산 활동이 줄어드는 겁니다. 그런데 내 주식만 오를 수가 있을까요.
엉 오를 수 있어.. 연준이 돈을 풀어줄거니까.. 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요..이런 생각도 해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학습 효과의 대미를 장식했던 이벤트.. 이른 바 화룡점정의 이벤트는 바로 코로나 사태였죠. 코로나가 터지면서 연준은 5조 달러의 양적완화를, 미국 행정부는 5조 달러의 재정 부양책을 발표했죠. 이 정도의 돈을 퍼부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지던 금융 시장은 하드캐리했던 겁니다. 이 정도의 돈을 퍼붓는데 왜 아무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반대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일단… 워낙 상황이 절박했던 것도 있구요.. 다른 하나는 지난 40년 동안 제대로 된 인플레이션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꽤 강한 돈 풀기를 했음에도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 않았던 거죠. 그러니 인플레야 제발 와라.. 일본식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라고 기도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그 기도는 이른 바 드림스 컴 트루가 된 겁니다.
자.. 똑 같은 일이 내년에 다시 한 번 펼쳐집니다. 그럼 그 때처럼 퍼부을 수 있을까요? 아마 이번에는 이런 반론에 직면할 겁니다. 작년에 거대한 인플레이션 못 만나봤나요… 라는 비난에요.. 아마 2020년 3월 코로나 당시보다 훨씬 많은 반대에 봉착하게 되지 않을까요? 08년 10월 금융 위기 당시 7000억 달러 부양책이 정말 시급했음에도 의회의 반대로 무산될 뻔 한 적이 있었죠. 당시 버냉키 전 연준의장은1조 달러 수준의 양적완화를 발표하고자 했는데, 이 역시 하이퍼 인플레를 낳는다는 비판에 직면했죠. 이걸 정면 돌파하고 간신히 1차 양적완화를 발표했던 겁니다. 그래서 버냉키의 책 제목이 “행동하는 용기(Courage to Act)’”였죠. 그런데.. 이 정도로 마구 풀면 40년 만의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올 수 있음을 우리는 직접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준과 바이든 행정부는 거대한 비난에 직면해있죠. 이런 경험이 있다면… 다시금 코로나 같은 사태가 닥쳐왔을 때 비슷한 수준의 돈 풀기를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제한적 부양책은 나오겠지만.. 그 과감함이 코로나 때와는 사뭇 다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사례들을 보면서 진행하는 “침체는 나의 친구”라는 이른 바 리세션 플레이의 효과가 향후에는 다소 약해질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그런데요.. 앞에서 지난 토요일 새벽의 반등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이건 기대인플레이션이 생각보다 낮게 발표되면서 나온 얘기입니다. 지난 토요일 새벽 장을 보시면… 한국 시간으로 금요일 밤 11시 정도에 미시건대 소비심리지수가 발표되었죠. 여기에 5년 기대인플레이션이 함께 발표됩니다. 미시건대 지수가요.. 월 2회 발표됩니다. 2주 차 정도에는 예비치가.. 4주차에는 확정치가 발표되는 구조죠. 이게… 원래 3.0%수준에서 쉽게 안움직였는데요… 지난 10일날 발표된 수치에서는 갑자기 3.3%로 올라오기 시작한 겁니다. 5년 기대인플레는 이른 바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이죠. 단기로는 몰라도..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잠잠했었는데.. 이 넘까지 높아지니 중앙은행이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당연하죠. 기대인플레이션이 잠시 스쳐지나가는 파도라면 1년 기대인플레이션만 자극하고 5년짜리는 잠잠하겠지만.. 5년 이상 물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 즉 인플레 기대가 고질병화된다면… 이 때는 얘기가 다릅니다. (기대인플레가 무섭다는 말씀은 정말 자주 드렸었죠.) 이걸 보면서 연준이 기준 금리를 75bp로 땡긴 건데요.. 이 숫자가 금요일 밤에 발표된 확정치에서는 3.1로 내려간 겁니다. 아… 2주 만에 그 숫자가 내려간 건데.. 2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첫째는 예비치에서 3.3을 낸 것이 오버 페이스였다.. 가 1`번일 거구요… 그게 아니라.. FOMC 에서 75bp인상을 하면서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강력한 긴축 의지에 인플레 기대가 낮아진 것이라는 판단이 2번일 겁니다. 무엇이 맞을까요?
일단 시장은 1번에 비중을 두었죠. 와.. 오버한 거다.. 미시건대 수치가 잘못된 것이기에.. 잘못된 숫자를 보면서 너무 오버해서 긴축을 했다라고 해석한 거죠. 그럼 오버해서 하는 긴축을 반영했던 만큼 이게 되돌려져야 하지 않을까요? 인플레와 긴축 부담이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시장이 급반등했던 것이라 해석하면 됩니다. 주가는 급등했구요… 채권 금리는 초반에는 큰 폭 하락하다가 시간이 지날 수록… 이렇게 주식 시장도 나아지고 긴축도 강하지 않으면 침체 우려는 낮아지고.. 경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하면서 다시금 뛰어오르기 시작했죠. 주가는 큰 폭 상승, 금리는 소폭 상승했죠. 철벽 수비수 중 하나를 제낀 겁니다. 그런데.. 다른 한 넘이 그래도 잘 제껴지지 않네요.. 네.. 국제 유가가 큰 폭 상승하면서 따라붙어있습니다. 이걸 벗겨내면 안심인데… 크음..
마이클 하트넷이라는 BOA전략가는 현재의 하락장을 세가지 구도로 설명합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 쇼크, 두번째는 금리 쇼크, 세번째는 경기 침체 쇼크죠. 문제는 이 세가지 구도가 계속해서 순환하면서 주식 시장이 하락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겁니다. 인플레 쇼크가 오면 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금리가 반등하기 시작하죠. 금리 쇼크가 오면 금리가 더 높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합니다. 이게 경기 침체를 건드리면 주가는 더욱 크게 하락하고 금리마저 눌려버리는 구도죠… 이걸 순환시키는 것이 바로 Buy the Dip의 학습 효과입니다. 침체는 나의 친구.. 라는 단어와 많이 하락했으니.. 이제는?? 이라는 생각이죠.. 그게 다시 주가를 밀어올립니다. 그럼 어김없이 유가가 따라올라오면서 인플레이션 쇼크를 자극하구요.. 그 인플레 쇼크 때문에 중앙은행은 아직 멀었다면서 기준 금리 인상 스탠스를 한 레벨 올립니다. 그 높아진 레벨 부담으로 경기 침체가 닥쳐올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죠.. 그렇게 한 사이클을 돕니다. 그리고 하락이 컸던 만큼 다시금 침체는 나의 친구라는 얘기가 나오고… 주가가 오르고.. 유가가 오르고.. 금리가 오르고… 이런 구도가 나타났던 것이 지난 상반기의 스토리죠.. 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할 듯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만 눌려주는 건데요… 그런 희망의 기운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금리 인상을 강하게 하면 성장을 건드리게 될 텐데요… 연초부터 말씀드렸죠… 미중 관세 인하, 산유국의 증산, 이란 핵합의가 대표적이죠. 그리고 러-우 쪽도 좀 풀려주면 좋은데… 장기전 얘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실망을 하게 됩니다. 현황을 간단히 정리하는 기사들을 인용하죠.
먼저 미중 관세 관련입니다.
“中 상무부, ‘美, 인플레 속 대중 관세 철폐 전세계에 도움’”(이데일리, 22. 6. 23)
“바이든, ‘인플레 대응’ 위해 中 관세 인하 시사”(파이낸셜뉴스, 22. 6. 15)
미중 모두 원하는 것 같은데요.. 문제는 미국 USTR에서는 이걸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죠… 내부 반대로 큰 듯 합니다.
“미 USTR 대표, ‘대중 관세, 중요한 지렛대… 인플레 대응 한계 있어’”(뉴스1, 22. 6. 23)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에 사우디를 방문한다고 하죠… 물론 만날지는 확정 아니라고 하지만… 물밑 작업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가져봅니다. 다만 단기로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라고 봅니다. 기사 인용합니다.
“저울질하더니… 바이든, 새달 빈 살만에게 원유SOS”(서울신문, 22. 6 .21)
“바이든, 사우디 찾지만 왕세자와 거리두기…’국제회의서 만날 것’”(연합뉴스, 22. 6. 18)
이란 핵합의도 유로존에서 먼저 얘기가 나오고 있네요. 기사 인용합니다.
“EU 외교 정책 대표, 이란 ‘깜짝’ 방문 예정.. 핵협상 교착 타개하나’”(연합뉴스, 22. 6. 24)
마지막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인데요… 종전보다는 일단 곡물의 수출이 가능해야 한다는 국제 사회의 여론에 러시아가 반응해줄지 봐야할 듯 합니다.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데 도움을 주면 좋은데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힘입어 기세등등한 러시아가… 이걸 과연 풀어줄지 좀 더 보시죠.
“러/우크라/터키/UN, 다음 주 흑해항 곡물 운송 논의’”(이데일리, 22. 6. 22)
물론 이런 공급망 이슈가 터진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사라지는 건 아닐 겁니다. 워낙 강하고 고질병화되어가기에… 쉽지 않죠. 그러나 피크아웃이라도 보려면 이런 이슈들이 자그나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장인데요.. 희망이 있는지 함께 모니터링해보시죠. 주말 에세이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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