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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오건영 팀장 에세이]220628

by sperantia 2022. 7. 2.

오늘 아침에 나오는데 키우는 멍멍이가 놀아달라고 해서리.. T.T 늦게 나왔더니 시간이 부족합니다. 다행히 오늘은 소강상태네요. 뉴욕 증시는 다소 하락했죠. 철벽 수비수 기억하시죠? 예전에 여러가지 단어들을 말씀드렸었는데요…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더블드래곤, 두더지 게임, Anti-buy the dip, 철벽수비수 등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이런 단어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은 엔화 얘기를 잠깐 하고 지나가죠.

 

일본 중앙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엔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데 달러 당135엔 위로 환율이 치솟으려 하고 있죠.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때문인데요… 미국의 10년 국채 금리는3.2%까지 다시 밀려올라왔고, 일본 10년 국채 금리는 상한선인 0.25%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금리는 튀어올라가는데 일본 금리는 올라가지 못하면 미일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엔화 대비 달러의 매력을 높일 수 밖에 없는데요… 이게 지금의 엔 약세를 만들어내는 이유라고 할 수 있죠.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계속해서 엔 약세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완화 정책을 이어가겠다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게 지금 딜레마입니다. 전세계 중앙은행들 대부분이 통화 긴축으로 선회했는데 혼자 완화 기조를 이어간다라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니죠. 중국인민은행 정도가 추가 금리 인하를 할까말까를 고민하고 있지만.. 실제 중국은 양적완화를 시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금융 시장이 제한적으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 꼭 보조를 맞출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상황이 사뭇 다르죠. 

 

엔 약세를 가져가는 이유는 2011~12년의 엔 강세가 얼마나 힘겨웠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당시 일본 성장이 너무나 어렵기에 엔 강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베노믹스가 힘을 얻었고 대규모 무제한 양적완화를 이어가면서 엔 약세로 전환시켰죠. 달러 당 73엔에서 현재 달러 당 135엔까지… 거의 쉴 새 없이 엔 약세 드라이브를 이어온 겁니다. 그런데.. 이게 지금 도전받고 있는 거죠. 

 

완화정책을 유지하면 현재 일본 내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죠. 그리고 엔 약세를 통해 수출 성장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해외에서 수입되어 들어오는 물가가 높아지면서 일본 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일본 소비자물가지수가 2% 이상 상승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5%나… 미국의 8%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으로 보이지만 30년간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일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죠. 더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이 한국의 늦가을 날씨를 만나면 깜짝 놀라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 춥지 않은데도… 상당한 추위를 느끼죠. 

 

결국 어느 국가나 성장은 수출과 내수로 하게 될 겁니다. 엔 약세를 가져간다는 것은 수출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고.. 내수를 위해서는 저금리와 고환율을 주겠다는 얘기가 되겠죠. 문제는 수출과 내수가 영향을 주는 경제 주체가 다소 다르다는 겁니다. 혹시 이 글 읽으시는 분들 중에 개인적으로 수출하시는 분들은 없죠? 수출은 대기업을 가리키고.. 내수는 개인을 가리킵니다. 수출에 방점을 두면 기업들에게는 유리할 수 있지만 물가의 상승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죠. 그러니 다음 달에 있을 기시다 내각의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본원적인 비판도 나오고 있죠. 엔 약세가 과연 일본 기업에게 좋은 것인가.. 에 대한 질문입니다. 10년 이상 엔 약세를 이어와서 일본 기업들 수출을 밀어줬더니 오히려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기술력을 개선시키는R&D투자보다는 기존의 제품들을 싸게 파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생겨난다는 거죠. 온실 속에서 키운다는 뜻과 일맥상통하나요? 엔 약세를 너무 오랜 기간 이어오면서 일본 기업의 수출을 밀어주는 정책의 폐단이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실제 일본의 수출 실적은 기록적인 엔 약세에도 불구하고 과거 대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국가가 스위스였죠. 스위스는 유로존 역내 교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유로존이 유럽 재정 위기 이후 대규모 양적완화로 유로 약세를 가져가자… 스위스 프랑이 상대적으로 붕 떠오르는… 초강세를 보이는 경험을 합니다. 그럼 스위스의 수출이 어려워지니 스위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리면서 스위스 프랑 강세를 제어하는 데 사력을 다했죠. 그런데요.. 이런 상황이 최근에는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내는 것을 확인한 후 2주 전에 기준 금리를 0.5% 인상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10년 이상 이어왔던 스위스 중앙은행이 한 번에 50bp 빅스텝을 밟았다는 것 자체가 쇼크죠. 스위스 프랑은 일시적으로 초강세를 나타냈더랍니다. 스위스는 포기한 통화 절하… 일본은 아직 유지하고 있죠. 

 

그럼 수출에 아주 긍정적이지도 않고.. 내수에는 인플레를 선사하는 이런 정책을 일본은 왜 이어가는가… 스위스도 포기했는데… 몇 가지 생각해볼 것이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디플레이션이라고 봅니다. 30년 이상 디플레이션을 겪었던 국가가 일본을 제외하면 찾아볼 수 없죠. 이번 인플레이션이 찾아오기 전까지 3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만난 적이 없습니다. 아.. 실제 07년이나 18년에 잠시 비스무레한 것을 만난 적은 있지만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죠. 지금 상황에서 10년 이상 이어온 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이… 그렇게 많은 돈을 때려넣었는데… 그들이 원하는 소비 상승에 의한 인플레이션을 만들지 못하고… 엔 약세와 유가 상승으로 등떠밀리는 인플레이션을 만났으니.. 힘이 빠지겠죠… 

 

하나 더 말씀드리면 스텝이 꼬였다는 점입니다. 엔 약세에 대한 시장 이슈가 불거질 때 금리 상한을 조금씩 올렸으면 모르겠는데… 그 때마다 계속해서 버티다가 이제와서… 금리 상한을 들어올린다?? 그럼 시장에 밀려서..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니까 금리 상한을 올렸다는 시그널을 주게 되죠. 그럼 시장 참여자들이 일본 중앙은행에 신뢰를 보내게 될까요? 일본 중앙은행이 등 떠밀려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한계에 봉착했구나.. 더 밀어올리겠네… 라는 생각에 금리는 위로 강한 상승 압력을 추가로 받고.. 반대로 엔화는 추가적인 완화는 이제 어려울 것이라는… 10년의 관성에 거스르는 흐름을 받으면서 초강세로 전환할 수 있겠죠… 실제 2016년 초에 비슷한 경험을 했던 바 있는 일본이기에… 그 공포가 상당히 클 겁니다. 

 

그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 어케하면 좋을까요? 하나는… 임금 인상에 기대는 것이 좋을 겁니다. 수출 기업들이 돈을 벌었으니.. 임금을 올려줘서 내수에 낙수 효과를 내주면… 내수 성장도 가져가는 아름다운 현상이 나타날 테니까요… 그런데요… 고환율 정책 하에서… 이런 아름다운 낙수 효과가 나타난 것을 저는 거의 본 기억이 없네요… 지금 기시다 내각에서는 임금 인상이 필수라는 얘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습니다. 하나 더.. 미국의 금리가 내려오기를 기도하는 것도 답이 되겠죠. 버티다보면… 미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게 되는데.. 그럼 미국 10년 금리가 내려오게 되겠죠… 그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보는 건가요… 마치 미국의 경기 침체를 기다리는 Buy the Dip 투자자의 마음과 닮아있는 듯 합니다. 일본 중앙은행의 딜레마.. 어떻게 풀려나가는지 지켜보시죠. 오늘 에세이 여기서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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